대표원장 이야기
한 번의 치료를 넘어, 한 아이의 시간을 함께하는 일
처음 예방접종을 받으러 왔던 아이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 다시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어릴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아이가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면, 함께 지나온 시간이 느껴집니다. 보호자님과 나누는 이야기도 달라집니다. 무엇을 먹이고 어떻게 키울지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이제는 편안하게 걷고 잘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한자리에서 오래 진료하며 알게 됐습니다. 한 아이를 오래 안다는 것이 진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안녕하세요. 수성메트로동물병원 대표원장 최연우입니다.
오늘은 질환이나 수술에 관한 설명 대신,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서 진료해 왔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병원에서 먹고 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병원을 열었을 때 이름은 메트로24시응급동물병원이었습니다.
혼자 24시간 진료를 맡았기에 개원 초기 몇 년은 말 그대로 병원에서 먹고 자며 지냈습니다. 주변에서는 잠은 언제 자느냐고 걱정하셨지만, 제가 진료하고 수술한 아이들을 두고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주신 보호자님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진료가 끝나도 생각은 이어졌습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이 아이에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이 치료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수많은 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돌아보면 요령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힘이 됐습니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솔직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다시 진료실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치료받은 아이들이 회복해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던 아이가 다시 걷고, 먹지 못하던 아이가 밥을 먹고, 걱정으로 가득했던 보호자님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지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 아이와 가족의 생활에 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치료 후에 여쭙습니다.
집에서는 잘 걷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편안히 자는지. 보호자님 눈에 달라진 모습은 없는지요.
치료가 아이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었는지까지 알고 싶습니다.
수술 후 영상을 확인하는 일과 함께, 다시 산책을 나가고 가족 곁에서 편안히 쉬는 일상을 살피는 이유입니다.
오래 찾아주신다는 말의 무게
2023년, 저의 진료원칙을 적은 네이버 블로그 글에 한 보호자님께서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10년을 다니는 병원입니다”
별이보호자님 · 2023.10.31.

오랜 시간 믿고 찾아주셨다는 말은 큰 힘이 됩니다. 동시에 앞으로의 진료에서도 그 믿음에 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린아이였는데 어느새 노년을 함께하고, 그동안 보호자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어떤 병을 앓았는지, 약을 먹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병원에 오면 얼마나 긴장하는지. 진료기록과 보호자님과의 대화 속에 그 아이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쌓입니다.
“원래는 안 이랬는데 요즘 조금 달라요.”
그 말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소의 모습을 잘 아는 보호자님의 관찰은 진료실에서 짧게 만나는 동안 알기 어려운 변화를 전해줍니다.
오래 진료할수록 그 이야기를 더 잘 듣는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아이의 치료를 결정하는 일은 보호자님께 쉽지 않습니다.
수술이 필요한지, 검사를 더 해야 하는지, 조금 기다려도 되는지. 설명을 듣고 돌아가신 뒤에도 여러 걱정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보호자님께서 결정의 이유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금 무엇이 확인됐는지,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검사를 하면 어떤 판단에 도움이 되는지, 치료로 기대하는 변화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은 무엇인지 설명드립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아이의 나이와 건강 상태가 다르고, 생활환경과 돌봄의 여건도 다릅니다. 그런 부분까지 함께 살펴야 실제로 이어갈 수 있는 치료 계획이 됩니다.
필요한 치료를 제안하고, 그 이유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 제가 지키고 싶은 진료 원칙입니다.


병원의 이름을 바꾸며 생각한 것.
원 이름에서 ‘24시 응급’을 내려놓고 수성메트로동물병원으로 이어온 데에는, 오래 찾아온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진료해 온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을 함께 살피는 주치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정해진 진료시간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더 정밀한 검사나 전문적인 치료, 24시간 집중 관리가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때는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안내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이후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집에서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함께 정리하는 일도 이어져야 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다음 진료를 연결하고, 보호자님이 그 과정을 이해하고 준비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진료실 입구에 걸린 그림.

병원에는 보호자님께서 직접 그려주신 그림이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걸어둔 그림은 저희 병원에서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후기와 추천, 짧은 안부에도 그동안 아이를 맡겨주신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에 답하는 방법은 결국 매일의 진료에 있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치료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보호자님께 설명하고, 이후의 변화를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2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많은 경험이 쌓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만나는 아이에게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겠습니다.
처음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날부터 나이가 들어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날까지,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수의사로 남고 싶습니다.
한 번의 치료를 넘어, 한 아이의 시간을 함께하는 주치의가 되겠습니다.
대표원장 최연우